이 책은 배우이자 작가인 명로진 씨가 자신의 저작 경험을 바탕으로 써낸 책이다. 인디라이터란 인디펜던트 라이터의 준말이다. 한권의 책을 기획하고 취재하며 저술해낼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며, 기자+학자+작가의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한다. 하지만 기자보다 자유롭고, 학자보다 유연하며 작가보다 현실적인 생각을 가져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인디라이터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은 누가 있나? 역사분야에 이덕일씨, 주강현씨, 탐험가로 유명한 한비야씨, 먼 나라 이웃나라로 유명한 이원복씨, 영어공부 절대로 하지 마라의 정찬용씨, 꼬리의 꼬리를 무는 영어를 쓴 한호림씨,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쓴 유홍준씨, 일인기업으로 수많은 책을 쓰고 있는 공병호씨등이 있다. 그들의 공통점은 본인이 기획하고 취재해서 쓴 책이 몇 십에서 몇 백만 부까지 팔린 작가라는 점이다.
그럼 어떤 노력을 하면 인디라이터가 될 수 있을까? 여기서는 출판을 출산에 비유하며 아이템을 잡는 법부터 자료를 조사하고 취재하는 법, 글을 쓰고 드디어 내 이름이 인쇄된 서적을 손에 잡는 방법까지 상세하게 가르쳐 준다. 그 안에 들어있는 충고는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실제로 큰 도움이 될 거 같다. 이런 유의 저작들이 범하기 쉬운 뜬구름 잡는 이야기는 별로 없다.
하지만 전통적인 의미의 작법은 그리 자세하게 나오지 않는다. 그런 걸 원하는 사람은 다른 책을 찾아라. 대신 이 책에는 그보다 더 중요하고 충격적인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제일 놀랐던 건 인디라이터에게는 재능이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점이다. 나는 지금까지 재능이 모든 걸 결정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에게 과연 그런 게 있는지, 있다면 얼마나 있는지 항상 고민했다.
스티븐 킹은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작가의 재능은 정해져 있다고 했다. 그는 작가를 형편없는 작가, 조금 괜찮은 작가, 훌륭한 작가, 위대한 작가로 나누고는 아무리 노력해도 형편없는 작가는 조금 괜찮은 작가 이상은 되지 못한다고 했다.
그 글을 읽고 나는 한참 절망했었다. 과연 내 위치는 어디쯤일까? 내가 정말 좋은 작가가 될까? 차라리 더 안정적인 직업을 찾아보는 게 낫지 않을까?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문제는 글쓰기도 일종의 중독이라 한번 빠지면 자기도 모르게 또 펜을 들고 만다는 점이다. 이건 일종의 병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건 병이 아니라 축복이라고 한다. 쓰고, 쓰고 또 써라. 재능 따위는 필요 없다. 어차피 한권의 책을 내는데 드는 글 솜씨의 비중은 10%정도 밖에 안 된다. 새로운 아이템을 찾아내서 취재하고 연구하고, 쓴다면 당신도 충분히 훌륭한 작가가 될 수 있다. 너무나 희망적인 이야기다. 그런데 어떻게?
당연히 읽는 사람을 위해서 써야한다. 두 번째 충격이었다. 그전에는 글이란 독백이라고 생각했다. 어떤 면 에서는 자기만족이기도 하고. 블로그를 사용하면서 내가 쓴 글에 사람들이 반응하자 세상과 소통하는 하나의 방식이라는 생각은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읽는 사람을 생각하고 쓴 적은 거의 없었다. 정말 자기중심적이었다.
이 글을 통해서 그 생각이 틀렸다는 걸 깨달았다. 인디라이터는 철저히 서비스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첫째도 독자만족, 둘째도 독자만족, 셋째도 독자만족,
그럼 어떻게 만족시킬 것인가? 독자를 만족시키려면 일단 타깃이 필요하다. 읽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서 문체와 글의 내용, 지적 수준이 결정된다. 글은 우선 쉽고 재미있게 써야한다.하지만 쉽고 재미있게도 수준에 따라 다르지 않나.
만일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면서 중학생수준으로 쓴다면, 토익을 준비하는 사람을 독자로 삼고 쓰면서 앞표지에 알파벳과 영어동요를 넣는다면 누가 읽을까?
수요자중심의 글쓰기에 중요한 게 또 있다. 기획서를 잘 써야 한다. 무슨 소리냐고? 작품을 맨 처음 읽어줄 사람은 편집장이다. 바쁜 사람에게 원고만 덜렁 보내면 읽어줄까? 어림없는 소리. 그러니 내용을 한눈에 쉽게 알아볼만한 무언가가 필요하다. 일종의 설계도라고나 할까?
어떤 건축가도 설계도 없이 공사를 따내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책에도 청사진이 필요하다. 물론 이건 작가 본인을 위해서 이기도 하다. 설계도 없이 지은 집이 과연 튼튼할까?
그렇다고 너무 자세하게 적지 마라. 말했지만 그들은 시간이 없다. 짧고 명확하게 핵심을 추려서 쓰고 말할 줄 알아야 한다. 상대방을 설득하고 유혹해서 반하게 만들어야 한다. 세일즈를 한다는 마음으로 자신이 가진 걸 홍보해야한다.
그냥 글만 쓰면 안 되냐고? 당신이 모차르트정도의 천재면 혹시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레오나르도 다빈치도 자신을 홍보하기 위해 당시 밀라노군주 루도비코 일모로 에게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들의 목록을 적은 편지를 보냈다. 역사가 시작되고 지금까지 전 인류를 통 털어서 다빈치만한 천재가 세상에 몇 명이나 있을까? 결론은? 죽으라고 자신이 가진걸 표현하는 연습을 해라. 보여주지 못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자신을 잘 팔려면 차별화가 필요하다. 그래서 책에는 컨셉이 필요하다. 이건 누구를 위해서 쓰는지 왜 내가 아니면 안 되는지, 무엇이 다른 상품들과 다른지를 말해야 그나마 돈 가진 사람의 지갑이 열린다.
특이하지 않으면 팔리지 않는다. 서점에 가봐라. 비슷한 게 넘쳐난다. 출판사에서 당신이 뭐가 이쁘다고 계약을 하겠나. 책을 내거나 사는 데는 돈이 든다는 점을 명심해라. 컨텐츠가 나쁘면 우여곡절 끝에 서점에 깔려도 팔리지 않는다.
읽으면서 정말 많은걸 느꼈다.. 하지만 여기서 얻은 가장 큰 소득은 작가라는 직업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다. 직업적으로 글을 쓰는 건 항상 창작의 고통에 시달리고, 건강도 챙기지 못하고, 사회와 가족으로부터 고립되는 힘든 일처럼 보인다. 작가는 경제적인 면에는 관심도 없고, 그걸 천박하게 생각하고, 대부분은 가난하고. 약간 구질하고, 그런 별난 인종이라고 생각했었다.
상당수의 작가들은 실제로 그런 식으로 살아왔다. 하지만 인디라이터는 다르다. 즐겁고 재미있게 글을 쓰고 가족과 자신을 위해 금주금연하면서 규칙적인 생활과 충분한 휴식을 한다. 헝그리 정신을 가지고 먹고 살기 위해 글을 쓰는 사람이며 자신과 세상에 필요할거 같은데 없는 걸 찾아서 쓰는 사람이며, 그로 인해 경제적인 안정을 얻는 사람이다. 기존의 작가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상당부분 제거된 새로운 패러다임의 창작을 하는 사람이다.
게다가 기존 관념의 작가들은 일 년에 책 한권, 시나리오 한편, 드라마 한 개 쓰기도 어려운데 인디라이터는 일 년에 책 3-4권을 내는 걸 목표로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이 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정말 꿈의 직업이다.
일단 한번 읽어 봐라. 이 책을 다 읽는 데는 2시간도 채 안 걸린다. 그만큼 쉽고 편안하게 읽힌다. 재미도 있다. 하지만 읽고 나면 멍해진다. 그러다 천천히 안개가 걷히면서 새로운 세상이 보인다. 이런 기회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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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예전에 쓴 글인데요. 티스토리 예전 날짜로 글쓰기 기능 참 편하네요.
예전에 써놓은걸 새글인양 올리기 뭐했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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